가. 재판상 이혼사유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1.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
1)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한 경우
가) 부정행위의 인정기준과 관련증거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이혼사유가 된다. 다만 어느 정도가 되어야 부정행위로 인정되느냐가 쟁점이다.
대법원은 “민법 제840조 제1호 소정의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라 함은 간통을 포함하여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간통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나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이에 포함되고(대법원 1988. 5. 24. 선고 88므7 판결 등 참조), 부정한 행위인지 여부는 각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하여 평가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므68 판결 등 참조).”라고 보고 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이혼사유 중 가장 강력하고, 일단 부정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면 강제로 이혼이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이혼사유보다 위자료가 가장 많이 인정되는 사유이기 때문에 법원은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부정행위를 인정받으려면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증거들이 확보되어야 한다.
① 배우자가 다른 상대방과 하루에 통화를 여러 번 했다는 단순한 사유, ② 오피스 와이프, ③ 단순한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라고 볼 수 있는 경우, ④ 배우자한테 일정 및 상대를 속이고 이성과 밤늦게 술을 마시는 경우, ⑤ 당일치기로 함께 여행을 다녀온 경우, ⑥ 사무실로 쓰는 배우자 아닌 다른 이성의 오피스텔을 드나든 경우, ⑦ 부정행위와의 경계선상에 있는 대화나 이모티콘을 카카오톡 메시지나 문자로 주고받은 경우, ⑧ 배우자가 자기 주변사람에게 다른 이성과 교제를 하고 있다고 자랑하거나 잠자리를 고백한 경우 등은 다른 반론의 여지가 충분하여 이 중 한 두 개의 증거만으로는 부정행위를 인정받기에 충분한 증거로 볼 수 없다.
확실한 증거로는 ① 부정행위의 상대방과 나눈 문자, 전화통화, 카톡대화, 자동차 블랙박스, 녹취 등의 내용에 성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이 존재하는 경우, ② 숙박업소를 함께 들어가거나 나오는 사진이나 영상, ③ 스킨십을 하는 사진이나 영상, ④ 성행위를 하는 영상이나 녹음 등이 있다.
나) 청구기간의 제한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하는 이혼청구는 이를 안 날로부터 6월,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841조).
그러나 대법원은 위 기간이 모두 도과되었다 하더라도, 과거의 부정행위로 말미암아 가정 분란이 계속되고 있다면, 부정행위가 아닌 다른 사유 즉,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 판례
인정한 판례 | 부정한 판례 |
●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2중으로 동거생활을 함 ● 모텔에서 간통현장이 발각됨 |
● 결혼 전 약혼단계에서 부정행위를 한 경우 |
2) 배우자 일방의 악의의 유기
배우자 사이에는 동거, 협조, 부양의무가 있는바, 민법 제840조 제2호 소정의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라 함은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서로 동거, 부양, 협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를 뜻한다(대법원 1986. 5. 27. 선고 86므26 참조).
예컨대, ① 생활능력이 없는 배우자를 두고 가출한 후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② 병든 배우자를 방치하거나, ③ 생활능력 없고 오갈 데 없는 배우자를 내쫓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다만 악의의 유기가 성립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없어야 하므로, 위 경우에도 유기한 배우자가 질병이나 기타 가정폭력을 피해 가출한 경우에는 악의의 유기가 되지 않는다.
통상, 어떠한 이유 없이 가출하면 악의의 유기가 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가출과 악의의 유기는 다르다. 이유 없이 가출했더라도 다른 일방의 배우자에게 생활 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통상 악의의 유기는 되지 않지만 그 이유 없는 가출이 정당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즉, 이유 없는 가출은 악의의 유기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야기한 유책행위에 해당되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정한 판례 | 부정한 판례 |
● 첩의 집에서 살며 20년 이상 배우자와 별거 ● 배우자가 승려가 되고 10년 이상 별거 ● 농사일이 힘들다고 가출하여 연락두절 ● 상습적으로 가출하며 별거 |
● 배우자의 폭행을 피해 친정으로 피신 ● 사업실패로 가정파탄이 나 자식들의 집에서 거주 ● 불륜관계가 의심되는 배우자에게 냉대를 당해 가출 |
3) 배우자나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배우자나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에도 이혼사유가 되는데, 여기서 배우자의 직계존속이라 함은 배우자의 부모나 조부모, 고조부모 등을 말하고, 부당한 대우라 함은 폭행이나 폭언, 욕설, 모욕, 무시를 말하고, 그 정도는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참으로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중대한 모욕을 받았을 경우’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1981. 10. 13. 선고 80므9 판결 참조).
폭행 사실의 입증은 통상 ① 진단서나 의무기록사본, ② 폭행 당시 사진이나 영상, 녹음, ③ 폭행당한 상처의 사진이나 영상, ④ 112신고로 인한 출동내역, ⑤ 사건사고사실확인원, ⑥ 119신고로 인한 출동내역, ⑦ 쉼터 입소 확인서, ⑧ 1366 여성의 전화 상담일지, ⑨ 폭행 이후 가해자와 나눈 폭행에 관한 문자,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 음성 녹음 등을 통하여 한다.
욕설, 모욕, 무시에 대한 입증 역시 통상적으로 녹음, 문자, 카카오톡 메세지 등으로 한다.
인정한 판례 | 부정한 판례 |
● 배우자가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트집을 잡아 배우자를 학대 ● 가짜 증인까지 섭외하여 배우자를 간통죄로 거짓 고소 ● 지참금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배우자를 구타 |
● 배우자의 정신장애로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을 함 ● 부부 재화합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배우자에게 욕을 함 ● 부부싸움 와중에 서로 약간의 고성이 오간 경우 |
4)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
나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부당한 대우 즉, 폭행이나 폭언, 욕설, 무시를 당한 경우도 이혼사유가 된다.
나의 형제자매나 조카가 배우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에는 본 규정이 아닌 민법 제840조 제6호‘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이혼 사유가 된다.
인정한 판례 | 부정한 판례 |
● 지참금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배우자의 아버지를 폭행 | ● 배우자의 정신장애로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을 한 것에 직계존속의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
5) 배우자가 3년 이상 생사가 불분명한 경우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불분명한 경우에도 이혼사유가 된다.
생사가 불분명하여야 하므로, 연락 두절이고 소재는 불분명하지만 살아있는 것만큼은 확실한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생사가 불분명한 기간이 3년 이상 되어야 하므로, 3년 미만인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으며, 3년 이상 생사 불분명한 경우에도 자동적으로 이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혼소송을 제기하여 3년 이상 생사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비로소 이혼이 된다.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위 5가지의 이혼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그에 비견되는 사유, 즉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이혼사유가 된다.
민법 제840조 제6호의‘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관하여 판례는 ① 어떠한 사유에 의하여 혼인 관계 자체가 파탄이 났고, ② 더 이상은 그 회복이 불가능하며, ③ 그러한 상태의 혼인관계를 계속하여 유지·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 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되어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요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 2000. 9. 5. 선고 99므1886 판결 외 다수) |
그 파탄의 정도, 혼인계속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 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 보장 기타 혼인관계의 제반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87. 7. 21.선고 87므24 판결) |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인지 여부는 ① 파탄의 정도, ② 혼인계속의사의 유무, ③ 파탄의 원인에 당사자의 책임 유무, ④ 혼인생활의 기간, ⑤ 자녀의 유무, ⑥ 당사자의 연령, ⑦ 이혼 이후의 생활보장, ⑧ 기타 혼인관계의 제반사정 등을 두루 고려하여 판단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어떠한 사유’에는 ① 성격차이 뿐만 아니라 ② 흡연, ③ 도박, ④ 음주, ⑤ 신앙차이, ⑥ 가치관·세계관·인생관·성향의 차이, ⑦ 자녀 교육방식 등 어떠한 사유라도 가능하다.
어떠한 사유에서든지 그러한 사유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파탄이 났고, 회복불가능하며, 혼인계속을 요구하는 것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는 사실 모두를 입증하면(중첩적 요건) 이혼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인정한 판례 | 부정한 판례 |
● 배우자가 불치의 정신병에 걸려 가족 구성원 전체의 끊임없는 정신적 육체적 희생을 요구하고 과대한 재정적 지출을 요하는 경우 ● 배우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성행위를 거부하고 결혼생활 거의 매일 외간 남자와 통화를 한 경우 ● 배우자가 도박에 중독되어 반성의 각서를 작성하고도 가사와 자녀를 돌보지 않음 ● 부부 쌍방이 내연 관계에 있는 사람과 각각 동거 ● 이유 없는 배우자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자 여러 차례 정신감정을 강제로 시도하며 혼인 생활이 파탄 |
● 배우자가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혼인관계 유지를 바라는 경우 ● 부부가 일시 이혼을 합의하고 재산분배를 함 ● 배우자가 무정자증으로 생식불능이고 성기능이 다소 원활하지 못함 ● 배우자의 출산불능 |
나. 유책배우자
혼인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는 그 파탄을 이유로 스스로 이혼청구를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상대방도 혼인을 지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불응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부부 쌍방의 책임이 동등하거나 경중을 가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하고 있다.